[이야기 책세상] 행복하기 위해 낭비한다면 “그는 죄인인가?”

  • 입력 : 2018.01.29 16: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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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가 만들어낸 신조어에는 시대의 변화가 고스란히 반영된다. 지난해 유행했던 신조어 중에는 유독 ‘소비생활’과 관련된 단어들이 많았다. 큰돈이 아닌 적은 돈으로 문구류나 저가 화장품, 생활소품 등을 구매하며 마음껏 낭비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탕진잼’이나, 홧김에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를 말하는 ‘시발비용’, 적은 비용으로도 있어 보이게 만드는 능력을 뜻하는 ‘있어빌리티’도 그 중의 하나다.

큰돈이 아닌 적은 돈으로 만족을 누리고자 하는 소비행태는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삶의 모토로 젊은 세대에게 각광받은 ‘욜로(You Live Only Once)’와 맞닿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근의 ‘가상화폐 광풍’으로 그마저도 퇴색된 것처럼 느껴지는 현실이다. 모두가 행복을 외치지만, 결국 남보다 더 많은 재물을 더 쉽게 벌고자 하는 욕심이 근저에 깔려있다. 그래서 현대인들에게 행복이란 사회경제적 성공에 국한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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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을 외치지만 결국 남보다 더 많은 재물을 더 쉽게 벌고자 하는 욕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 FreeQration



하지만 정말 이런 삶으론 불행할 수밖에 없는 걸까. 스탠퍼드대가 선정한 ‘가장 기발한 강의25’에 랭크되기도 했던 철학 교수 엠리스 웨스타콧은 자신의 저서 <단순한 삶의 철학>에서 현대인이 사로잡힌 탐욕과 행복, 소박함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한다. 소크라테스, 헨리 데이비드 소로, 벤저민 프랭클린까지 수많은 사상가와 지성인들이 ‘소박함의 가치’를 강조했지만, 사실상 소박함과 소유의 욕망 사이에서 어떠한 것에 가치를 두어야 하는지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소박함과 단순한 삶은 도덕적인 가치를 증진하고 행복을 담보해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 반면, 부와 탐욕과 방탕함은 인간의 성품에 해악을 미치고 약속한 행복을 가져다주지도 못한다는 이유로 배척을 당해왔다. 하지만 ‘탐욕을 멀리하라’는 도덕 명제에 집착할 경우, 교류하고 소통하며 때로는 신뢰해야 할 많은 것을 이해하고 경험할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작은 오두막 짓기’ 열풍을 몰고 온 자크 클라인이나, 비움으로써 행복을 채운다는 ‘미니멀리즘’의 권위자 조슈아 밀리번처럼 단순한 삶을 주장했던 이들은 이미 경제적 안전망을 갖춘 사람들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편 가수 리한나는 매주 머리 손질로 2만 달러를 지출하고, 패리스 힐튼은 32만 달러를 들여 반려견 집을 지어주었지만, 그들이 버는 것에 비하면 매우 소박한 수준의 지출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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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이고 쾌락적이며 빠른 속도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태도가 단순한 삶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 / Pixabay



2천여 년 간의 지적 변혁의 흐름을 추적하며 단순한 삶과 부유한 삶 양쪽을 조목조목 따져본 그는 어떤 결론을 냈을까. 엠리스 웨스타콧은 역설적이게도 자극적이고 쾌락적이며 더욱 빠른 속도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태도가 ‘단순한 삶’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재 과열되고 있는 물질주의를 극복하고 개인과 사회, 자연의 상생을 모색할 수 있는 희망을 생각해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MK스타일 김석일 기자 / 도움말 : 엠리스 웨스타콧 (‘단순한 삶의 철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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