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책세상] ‘논어’에서 다시 배우는 분배 불평등시대

  • 입력 : 2018.01.29 14:46:22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몇 년 전 “편의점 김밥이 주식, (GDP) 2만 불 나라에서 밥 굶는 청년들”이라는 보도가 세간의 화제를 낳았다. 청년 실업률이 10%에 육박하는 요즘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정부도 일자리 대책회의를 여는 등 청년 실업문제에 우려를 표명하며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천 년 전 공자의 제자 가운데도 밥을 굶는 청년들이 있었다. 자사라는 제자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자사는 집안이 매우 가난하고 살림이 궁핍해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공자는 이런 자사를 측은히 여겨 자신의 비서로 채용한 후 곡식 900석을 녹봉으로 지급했다. 곡식 한 석이 열 되이니 요즘으로 하면 2,700만 원 정도를 연봉으로 지급해 생활고를 해결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자사는 이런 대우를 사양했다. 그러자 공자는 개인적으로 받기 싫으면 가져가서 이웃에게 나눠주라고 말하면서 자사에게 곡식을 떠안겼다. 가난한 제자에게 억지로라도 양식을 지급해 정의로운 부의 분배를 관철하려 한 것이다.



 기사의 0번째 이미지

공자는 누구도 굶지 않는 사회를 꿈꿨다. / unsplash



공자는 흉년으로 곤궁해진 백성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인 염유를 더 이상 자신의 제자가 아니라며 파문하기도 했다. 염유는 노나라의 대부 계씨 밑에서 세금 징수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흉년이 들어 세수가 줄어들자 백성들을 더 쥐어짰다. 이 소식을 들은 공자는 불같이 화를 내며 염유를 내쫓았다. 그가 분배의 정의를 어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고른 분배를 통해 사회적 안정과 통합을 도모한다는 공자의 정의관은 백성을 하늘처럼 여기는 유교의 애민 사상과 맞물려 있다. 세수가 부족하니 백성들에게서 세금을 두 배 더 걷겠다는 노나라 애공에게 공자의 제자 유약은 이렇게 말한다.

“백성이 풍족하면 임금이 누구와 더불어 부족하겠으며, 백성이 부족하면 임금이 누구와 더불어 풍족하겠습니까?” - <논어> 안연 편

한국 사회는 분배의 불평등이 무척 심한 편에 속한다. 2013년을 기준으로 상위 10%의 총소득은 하위 10%의 총소득보다 4.7배나 높다. OECD 회원국 중 이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나라는 미국, 이스라엘, 터키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불평등이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다수의 부보다 소수의 가난을 챙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unsplash



우리 헌법에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한다’는 조항이 있다. 헌법은 사회 정의를 대표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헌법의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실천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가난한 제자의 등을 다독여준 공자처럼, 헌법이 말하는 기본을 지키는 사회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더없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이다.



[MK스타일 김석일 기자 / 도움말 : 박영규 (‘다시, 논어: 논어에서 찾은 열 가지 정의의 길’ 저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