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책세상] 유전자 가위질까지 가능해진 ‘DNA 혁명’

  • 입력 : 2018.01.25 13: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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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양대 과학잡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그 해의 가장 뛰어난 성과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이듬해 8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표지는 ‘DNA 혁명’이라는 단어로 장식되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표현한 한 마디의 말은 바로 ‘DNA 혁명’이었다.

‘크리스퍼(CRISPR)'라고 하면 아침에 먹는 바삭한 시리얼이나 설탕을 입힌 도넛, 아니면 빳빳한 새 돈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실은 ‘Clustered Regular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라는 엄청나게 긴 영어의 약어이다. 우리말로 하면 ‘규칙적인 간격을 갖는 짧은 회문 구조, 반복단위 배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고, 영어만큼이나 우리말로도 어려운 말이다. 이 크리스퍼를 사용해서 DNA를 정확하게 절단하는 가위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라고 부른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발견 또는 발명된 지는 이제 5년 정도밖에는 안되었지만 이 기술은 막강한 위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 생물학 연구는 물론 돌연변이, 유전자 교정을 통한 체세포 유전자 치료, 자녀의 유전병을 막기 위한 배아 및 배우자세포 돌연변이 유전자 교정, 해충이나 침입종의 멸종과 멸종동물의 복원 등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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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를 사용해서 DNA를 정확하게 절단하는 가위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라고 부른다. / Pixabay



2017년 현재 중국과 미국의 과학자들이 인간 배아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직접 실험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즉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인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시작한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과연 생명과학의 축복일까, 거대한 상상일 뿐일까. 이 문제는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여러 나라에서 기술적, 윤리적 쟁점을 포함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제2의 황우석 사태가 우려될 정도로 이 기술에 대한 맹신적인 학자들도 있고,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학자들도 있다.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제시한 데서도 알 수 있듯, 인류는 지금 한편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토대로 사물인터넷과 첨단 로봇공학에 열정을 쏟고, 다른 한편에서는 생명공학의 연장선에서 유전자 편집을 통해 보다 완벽한 생명체로 거듭나기를 꿈꾼다.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할 법한 일들이 점점 현실이 되어 다가오고 있다. 그 가운데 유력한 노벨 화학상 후보로 꼽혔던 제니퍼 다우드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가 개발한 3세대 유전자가위 ‘크리스퍼’는 에이즈나 암 등 난치병 치료는 물론 예방의 기대감까지 가져다준 획기적 유전공학 도구다.

하지만 이런 위력을 가진 기술은 미숙한 임상 적용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 치료가 아닌 인간 유전자의 증강, 유전자 편집 식물의 규제 곤란, 멸종이나 복원을 통한 생태계의 혼란 등을 불러올 수 있다. 또한 최근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인간 배아의 유전자 편집은 인간의 진화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저자는 이 기술을 시민들이 참여해 윤리 차원에서 숙고하고 법과 제도를 통해 민주 방식으로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류가 새롭게 찾아낸 과학기술의 최첨단인 크리퍼스 유전자가위는 그 혁신만큼이나 기술과 윤리에 대해서도 기준과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유전자를 편집해 불치병과 유전병의 악몽에서 벗어남은 물론, 보다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장밋빛 청사진이 이런 과학의 진보를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과학의 축복으로 받아들이기에 앞서, 생명공학 기술이 갖는 사회적 문화적 영향도 함께 숙고해야 한다는 사실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



[MK스타일 김석일 기자 / 도움말 : 전방욱 (‘DNA혁명,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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