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책세상] 화장품 선도기업 ‘시세이도’를 이끄는 원동력

  • 입력 : 2018.01.11 13: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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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우리나라 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류 열풍의 한 축으로 K뷰티는 이제 유행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매출로 따지면 로레알, 에스티 로더 같은 기존 강자가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1872년 설립된 시세이도(Shiseido)가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세이도의 2016년 매출액은 76억 달러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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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이도의 초창기 사업은 서양식 조제약국이었지만 전문 화장품기업으로 탈바꿈했다. / Pixabay



시세이도의 초창기 사업은 서양식 조제약국이었다. 140여 년 전에는 의약품과 화장품의 구분이 명확치 않았다. 창업자의 아들인 후쿠하라 신조 사장이 본격적인 화장품 기업으로 시세이도를 탈바꿈시켜 나갔고, 일본 최초의 향수 ‘하나츠바키’를 통해 화장품 기업으로서의 자리매김을 굳건히 했다.

1934년 시세이도는 오늘날 뷰티 컨설턴트의 시초인 ‘미스 시세이도’를 선발했다. 이후 미스 시세이도는 백화점과 전문점이 부상하던 시절에는 ‘미용부원’이라는 명칭으로, 글로벌화가 한창 진전되던 시절에는 ‘뷰티 컨설턴트’라는 이름으로 시세이도를 알리는 주역으로 성장해왔다.

2015년에는 89개국에서 2만 명 이상의 뷰티 컨설턴트가 활동했다. 과거 의약품과 화장품이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 점, 뷰티 컨설턴트 운영의 노하우를 갖고 있고 있다는 점을 조합해서 시세이도는 흉터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새로운 사회공헌 아이템을 만들었다.

시세이도가 오랜 기간 아시아 최고의 브랜드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은 이처럼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이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시세이도의 강점이 있다. 바로 기업의 목적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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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이도는 스폿커버라는 브랜드로 신제품을 만들어 신체에 화상 흔적이 있는 사람들의 흉터를 상당 부분 감춰줄 수 있었다. / Pixabay



1945년 원자폭탄이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떨어졌다. 당시 그 지역 주민들은 원폭 피해로 얼굴을 비롯한 신체에 화상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큰 고통 받고 있었다.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시세이도는 연구 개발에 매진했고, 그 결과 1956년 스폿커버(Spot Cover)라는 브랜드로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 제품으로 화장을 하면 흉터가 상당 부분 감춰졌다.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피부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에도 구순열 수술 흔적을 감추길 원하거나 검버섯이 눈에 띄지 않길 원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기존 화장품 회사의 기술로는 이러한 부분을 완벽하게 감추기 힘들다.

시세이도에는 60년 이상 축적된 ‘흉터 가리기 기술’이 있다. 시세이도는 1956년 스폿커버를 출시한 이후로도 ‘삶의 질을 높이는 메이크업 제품(Life Quality Makeup)’ 개발에 계속 노력해 퍼펙트커버(Perfect Cover) 파운데이션 등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2006년 도쿄 긴자에 위치한 시세이도 본사 건물에는 상담전용 코너가 마련됐다. 전문연수를 받은 뷰티 컨설턴트가 얼굴 멍 흔적 제거, 구순열 수술 흔적 제거 등 전공 분야별로 무료 컨설팅을 해준다. 환자만 찾아오는 게 아니다. 시세이도의 사회공헌 활동에 공감하고 동참하려는 거래선과 의료기관도 찾아온다. 이들에게도 화장기술을 전수한 결과, 일본 내 380여 곳을 비롯해 중국(상하이, 홍콩)과 대만(타이페이, 카오슝)에도 동일한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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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기업의 가치 중 하나이지만, 이익보다 중요한 가치도 있다. / Pixabay



기업에 있어 이익은 우리 몸의 혈액과 같다. 피가 돌지 않으면 죽듯이 기업 또한 이익이 나지 않으면 죽는다. 이익은 기업의 생명과 직결된다. 그런데 혈액 보충이 우리 삶의 목표 자체가 될 수는 없다. 깨끗한 피를 갖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은 우리 삶에서 추구해야 하는 여러 가지 지향점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익 역시 기업이 추구해야 하는 여러 가치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익보다 중요한 가치, 이익보다 앞서야 하는 가치는 얼마든지 많다. 시세이도의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은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장기적인 안정성 확보는 물론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이 가능해진다. 또한 기존에 없었던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어질 수가 있다.



[MK스타일 김석일 기자 / 도움말 : 신현암·이방실 (‘빅프라핏’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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