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책세상] ‘행복 실종’세대가 꿈꾸는 소박한 삶의 철학

  • 입력 : 2018.01.10 12: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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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천재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메모 2장이 20억에 낙찰되어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1922년 노벨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 강연을 위해 찾은 그는 도쿄 호텔의 벨보이에게 팁 대신 메모를 주었는데, 그 속에는 그의 행복론이 적혀 있었다. 한 메모에는 “조용하고 소박한 삶은 끊임없는 불안에 묶인 성공을 좇는 것보다 더 많은 기쁨을 가져다준다”는 소박한 삶의 예찬이, 또 한 메모에는 널리 알려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쓰여 있다.

아인슈타인의 행복론이 말하는 조용하고 소박한 삶의 예찬은 2018년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로 돌아왔다. ‘1달러로 만드는 하루의 행복’이라는 강의로 스탠퍼드대가 선정한 ‘가장 기발한 강의25’에 랭크되기도 했던 철학 교수 엠리스 웨스타콧은 ‘소박함’이라는 가치에 대한 논의를 2000여 년 전으로 거슬러가 추적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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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와 낭비보다 소박한 단순함의 추구가 좋은 삶의 본질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 unsplash



소크라테스부터 헨리 데이비드 소로까지 수많은 현인들은 사치와 낭비보다 소박한 단순함의 추구가 좋은 삶의 본질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소박함과 단순한 삶이 도덕적 가치를 증진하고 행복을 담보해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전통 속에서 사치와 낭비를 긍정하는 철학은 인간 성품에 해악을 미친다는 이유로 배척당했다.

하지만 근대 이후 과학기술과 경제 발전으로 인간은 더 이상 기본 욕구 충족에 만족하지 못하는 더 많은 가능성의 세계에 살게 되었다. 그 결과 현대인은 행복을 추구하는 쾌락의 쳇바퀴, 엄청난 소비를 요구하는 사회적 지위의 쳇바퀴, 앞의 두 활동에 쓰일 돈을 감당하기 위한 노동의 쳇바퀴를 바쁘게 오가는 삶을 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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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목표에 개인의 삶을 유예하는 타임푸어가 늘고 있다. / pixels



현대사회의 가장 큰 특징인 변화와 역동성은 오히려 삶에 공포와 혼란, 피로감을 주는 원인이 된 지 오래다. 끊임없는 가능성을 추구하던 사람들은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하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목표에 개인의 삶을 유예하는 타임푸어가 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소박함의 매력을 떨어뜨린 바로 그 요인이 다시금 단순한 삶이라는 이상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성취를 위한 끊임없는 압박보다 현재의 일상을 돌아보고 자족하며 삶의 만족을 찾는 요즘의 흐름은 과거에 대한 향수(nostalgia)로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미니멀 라이프, 단순한 삶을 주장하는 이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단지 향수에 잠긴 시대에 뒤떨어지는 철학이 아니라 가치의 재설정이다. 누구의 삶도 의미 있게 하지 못하는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 대신, 주위의 사람들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더 행복하고 더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새로운 태도이다.



[MK스타일 김석일 기자 / 도움말 : 엠리스 웨스타콧 (‘단순한 삶의 철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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