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책세상] 살림도 “집착을 덜어내야 마음이 채워진다”

  • 입력 : 2017.12.07 17: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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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면 복장도 바뀌게 된다. 두터운 점퍼나 패딩, 털옷 등은 꺼내놓고 철지난 옷들은 정리해 두어야 하는 정리의 계절이 된다. 이럴 때면 늘 느끼는 것이 수납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용도가 끝난 옷가지들을 보관할 공간이 마땅치 않고,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처박아둘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이런 경우 중국 항우의 고사를 한 가지 떠올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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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처를 잃고 방치된 물건들에게 새 주인을 찾아주는 건 어떨까. / unsplash



초나라 항우는 진나라 군에 포위된 조나라를 돕기 위해 장하(漳河)를 건너 거록(巨鹿)으로 향한다. 장하를 건너온 항우는 참모들에게 군사들이 가지고 온 밥솥을 모두 깨부수고 강물에 던져버리라고 명한다. 그리고 타고 온 배도 모두 강물에 가라앉히라고 명한다. 적의 칼에 찔려 죽으나 굶어죽으나 매한가지가 된 군사들은 어차피 돌아갈 길이 없었기에 죽을 각오로 전투에 임했고, 결국 항우는 대승을 거둔다. 결사항전의 자세로 전투에 임한다는 뜻의 고사성어 파부침주(破釜沈舟)의 유래다.

살림에도 이런 역발상이 필요하다. 이삿짐을 옮기면서 수납공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집을 고를 때는 수납공간이 넉넉한지도 눈여겨본다. 하지만 막상 살다 보면 또 다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저것 사다 보니 물건은 많아지고, 불필요한 물건을 많이 사 모은 자신은 생각하지 않고 수납공간 탓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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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물건으로 공간을 채운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 unsplash



“학문을 하는 사람은 날마다 더하고, 도를 듣는 사람은 날마다 덜어낸다.” -《도덕경》 48장

공간 활용의 딜레마에서 가장 빨리 벗어나는 방법은 바로 ‘파부침주’의 결단력이다. 솥을 깨고 배를 가라앉히는 심정으로 수납공간을 없애는 것이다. 수납공간을 없앤다고 집이 작아지지는 않는다. 수납장을 최소한만 남겨두고 다 치우면 집이 많이 어지러워질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옷은 가지런히 쌓아두면 되고 1년 내내 한 번도 입지 않는 옷, 신지도 않으면서 베란다에 쌓아둔 신발 같은 것은 과감히 정리하면 된다. 볼펜이나 풀, 가위, 집게 같은 자질구레한 문구도 한두 개씩만 남기고 미련 없이 처분하고 나면 눈앞에 펼쳐지는 공간은 훨씬 자유롭고 넉넉해진다. 미니멀리즘은 역발상으로 완성하는 삶의 지혜다.



[MK스타일 김석일 기자 / 도움말 : 박영규 (‘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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