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책세상] ‘동지 팥죽’ 한그릇 “귀신 쫓고 복도 빌고”

  • 입력 : 2017.12.07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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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면 일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도 함께 찾아온다. 이제는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하는 세시풍속이 되었지만, 동짓날 팥죽을 끓여 먹는 일은 빠지지 않는 행사였다. 또 팥죽 속에는 찹쌀로 반죽한 새알이 들어 있기도 했는데, 나이 수만큼 새알을 먹어야 한 살을 더 먹고 한해의 액땜을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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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에 먹는 팥죽과 팥시루떡은 귀신을 쫓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전해진다. / ⓒ팜파스



팥죽으로 귀신을 막는 풍속은 중국에서 유래했다. 중국 형초 지방의 세시 풍속을 담은 책인 <형초세시기>에 따르면, 중국의 공공씨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 전염병을 퍼트리는 역귀가 되자, 역귀가 가장 싫어하는 붉은 색의 팥으로 죽을 쑤어 이를 쫓는 풍습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도 동지에 팥죽을 쑤어 집안 곳곳에 놓아두거나 벽에 뿌리면 잡귀가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고 믿었다. 조선시대의 영조는 이런 내용은 믿을 수 없는 내용이므로 아까운 팥죽을 벽에 뿌리는 행위를 중지하라는 명을 내리기도 했다.

동지는 시기에 따라 부르는 말이 다른데, 동지가 음력 초순에 들면 애동지(兒冬至), 중순에 들면 중동지(中冬至), 하순에 들면 노동지(老冬至)라고 한다. 보통 중동지와 노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먹지만 애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먹지 않았다. 애동지에 팥죽을 쑤면 아이에게 좋지 않는 일이 생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애동지에는 이를 대신해 팥 시루떡을 해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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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에는 사포닌, 칼륨, 엽산, 비타민, 안토시아닌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 ⓒ팜파스



팥 시루떡은 요즘도 보통 고사(告祀)를 지낼 때 사용된다. 우리 조상들은 10월 상달이면 한 해 농사에 감사하면서 정성껏 고사를 지냈는데 이때 팥 시루떡을 사용했다. 이 고사는 ‘안택(安宅)’이라고 하여 집안의 가신에게 가족의 안녕과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의례다.

집안의 가신은 구획은 나누어 곳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가신이 바로 성주신이다. 성주신은 집안 최고의 신으로 집을 짓고 집안의 모든 일이 잘 되도록 관장하는 신이다. 또 부엌을 관장하는 조왕신, 장독대에 위치하며 집터를 지켜주고 재복을 주는 터주신, 변소신, 삼신할머니 등이 집안의 가신들이다.

이런 가신들에게 고사를 통해 주부는 가정의 안녕과 무병, 건강과 복을 기원했다. 그런 만큼 고사에 사용되는 음식은 반드시 새로 수확한 햅쌀로 정성껏 만들었으며, 고사를 지낼 때에는 목욕재계를 하고 부정이 타지 않도록 조심했고, 고사를 지낸 뒤에는 이 음식들을 동네 사람들과 나눠 먹었다.

또한 동지 팥죽은 추운 겨울 누군가에게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음식이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는 동짓날 돌아가신 어머니께 다녀오던 영조가 거리의 노인들에게 팥죽을 나눠 주었다는 내용이 실려 있기도 하다.

팥은 영양학적인 측면에서도 훌륭한 건강식품이다. 현대 의학에서 밝혀진 팥에는 사포닌, 칼륨과 엽산, 비타민, 안토시아닌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다양한 효능이 있는 곡물로 알려졌다. 세시풍습의 행사를 떠나, 동짓날 쑤어 먹는 팥죽 한 그릇은 추운 겨울을 이기는 보양식이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MK스타일 김석일 기자 / 도움말 : 송영심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 속 조선야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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