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이해⑮] 건축물에 작품 설치 의무화 - 퍼센트법

  • 입력 : 2017.12.06 16: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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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다면 우리의 생활주변 공간에서도 다양한 미술작품들을 발견할 수 있다.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이나 놀이터 근처,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대형 빌딩, 또는 종합병원, 호텔, 백화점 등에도 평소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미술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이런 미술작품들은 누가, 왜 그곳에 설치해 놓은 것일까. 딱딱하고 삭막한 도시 공간 여기저기에 위치한 미술작품은 도시민에게 잠시나마 여유를 즐길 기회를 가져다주고, 미술문화를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수직 수평의 격자무늬로 가득 찬 빌딩 숲이나 아파트촌을 미적으로 풍요롭게 만들거나, 때로는 작품 때문에 그 장소를 유명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미술작품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기 때문에 어느 날 우연히 설치한 작품일 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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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중심부에 설치된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 / Flickr



우리가 생활하는 곳에 설치된 많은 미술작품들 중, 특히 민간인이 소유한 건물이나 대지에 설치된 미술작품들은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에 의해 설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란 ‘연면적 1만 제곱미터 이상 신축 또는 증축하는 일정한 용도의 건축물은 건축 비용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화, 조각, 공예 등 미술작품의 설치에 사용하거나 직접 설치비용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을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건축비의 몇 퍼센트를 쓴다고 해서 일명 ‘퍼센트법’이라고도 하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대형 건축물 주변에서 미술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대상이 되는 건축물은 공동주택, 근린생활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중 공연장∙집회장 및 관람장, 판매시설, 운수시설, 의료시설 중 병원, 업무시설, 숙박시설, 위락시설, 방송 통신시설 등인데, 이러한 건물을 신축 또는 증축할 때 현재 건축비용의 0.7% 금액을 들여 미술작품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2011년부터는 건축주의 선택에 의해 작품을 설치하는 대신 문화예술진흥 기금으로 납부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출연 기금은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다양한 공적 사업에 쓰인다.

대표적인 작품 사례로는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에 설치된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망치질하는 사람’과 포스코 빌딩 앞에 설치된 프랭크 스텔라의 ‘아마벨’을 들 수 있다. 천천히 움직이며 망치질하는 동작을 하는 ‘망치질하는 사람’은 기업 빌딩과 정부 기관이 밀집한 광화문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반영하는 듯하다. ‘아마벨’은 고철로 만들어진 꽃 형상 작품으로, 철강기업 포스코와의 관계성을 짐작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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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내, 병원, 호텔, 대형 건물에 설치된 미술작품들. / ⓒMK스타일



건축물 미술작품 시장은 연간 7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이는 국내 미술시장의 1/4을 차지한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크고 이 제도가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찬반 의견들도 쟁점이 되고 있다.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를 찬성하는 쪽은 “문화예술 진흥과 도시환경 개선에 일조하며 미술 작가들의 작품 활동과 미술시장 활성화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한편에서는 “미술작품에 대한 건축주의 이해가 부족하거나 거액의 작품 설치비용을 둘러싼 부당한 리베이트가 발생하기도 하며, 심의 과정에서 공정하지 못한 경우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형식적인 작품 설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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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흥국생명 빌딩에 설치된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망치질 하는 사람’. / ⓒMK스타일



찬성과 반대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도 작품 선정이나 설치 및 심의과정에서 투명성을 기하고, 출연된 기금을 부족한 문화예술 분야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제도 자체는 도시민들이 미술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고, 도시환경 개선에 좋은 영향을 주는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음에 틀림없다. 따라서 정부의 노력대로 제도의 미흡한 부분이 개선된다면 이 제도는 국내 미술문화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MK스타일] 글∙사진 / 임민영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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