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책세상] 국회의원 정족수 논쟁 “숫자가 문제일까”

  • 입력 : 2017.12.06 15: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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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하면 떠오르는 나라 스웨덴에서 가장 기피하는 직업은 무엇일까. 바로 ‘국회의원’이다. 설명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일단 스웨덴 국회의원에겐 전용차와 개인비서는 물론, 그 흔한 면책특권조차 없다.

대부분의 업무를 혼자서 처리하는 건 기본이다. 세 명의 의원이 보좌관 한 명을 고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스웨덴은 안정적인 경제성장률과 함께 국민의 정치 신뢰도도 상당히 높다. 의원 1인당 평균 100개가 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가장 검소하지만 가장 생산적인 국회를 운영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경우는 어떨까. 스웨덴보다 훨씬 좋은 연봉, 혜택, 특권 등을 누리지만 국민 중에 정치를 신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때때로 “보좌관은 왜 말도 없이 늘리느냐” “차라리 국회의원을 줄여라” 하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런 비판적 시각처럼 국회의원을 줄이는 건 어떨까. 스웨덴처럼 최소의 비용으로 국회를 운영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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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만을 대표하는 300명은 적절한 숫자일까? / 일러스트 이주윤



현재 20대 국회의 의석수는 300석이다. 꼭 그러라는 ‘법’이 있는 건 아니다. 헌법 제41조에는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해두었을 뿐이다. 즉 200명만 넘으면 300명이든 400명이든 상관없는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게 국회의원 수를 늘렸다 줄였다 할 수는 없다.

과연 ‘5천만’ 국민을 대표하는 ‘300’이란 숫자는 적절한 걸까. 299명이나 301명이나 큰 차이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의원 한 명에 드는 세비를 생각하면 매우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다. 예를 들어 18대에서 19대 국회로 넘어오면서 의원이 한 명 늘었는데, 세종특별시 신설로 지역구 의원이 한 명 더 필요해서였다. 이렇게 웬만한 이유가 있지 않고서야 늘리기도 줄이기도 어렵다.

의원 수를 늘리자는 쪽에서는 우리나라 권력 중심이 정부에 집중되어 있음을 이유로 든다.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하고, 상대적으로 국회의 권한이 적은 게 사실이다. 때문에 100만 공무원을 일일이 감시하고 맞서려면 더 많은 국회의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으론 국가 인구수만큼 많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더 많은 대표자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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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제’ 견제에는 더 많은 국회의원만이 답일까? / 일러스트 이주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OECD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의원 한 명이 9만 9,479명을 대표해 일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의원 한 명이 16만 7,400명을 대표한다. 사회 갈등지수가 낮은 나라일수록 의원 1인당 인구수가 적은 편이다.

그렇다고 당장 ‘금배지’ 수를 늘리자는 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 국회의원 정수 축소론자들은 의원 수가 늘어나면 대표성이 아닌 비용만 늘어날 뿐이라고 비판한다. 거대 양당의 몸집만 불려줄 거라는 이야기다. 한편에선 차라리 의원 수를 줄여 그 예산을 일자리 같은 우리 사회의 시급한 문제에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결국 300이란 숫자를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고 있는 셈이다.

의원들이 제 몫을 다 한다고 생각한다면 적은 숫자겠지만, 그들이 제 몫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많다고 느껴질 것이다. 사실 중요한 건 ‘숫자’ 그 자체가 아님을 알고 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MK스타일 김석일 기자 / 도움말 : 이형관, 문현경 (‘내가? 정치를? 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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