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책세상] 설득의 논리 “말보다 행동이 중요한 이유”

  • 입력 : 2017.12.04 15: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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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에는 아래와 같은 장면이 나온다. 톰 소여는 풀이 죽어서 ‘어마어마한 대륙처럼 넓게 뻗은, 하얗게 칠해지지 않은 담장’을 보며 앉아 있었다. 폴리 이모가 담장에 페인트를 칠하라고 했는데, 톰이 보기에는 도무지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 친구들에게 시키고 싶었지만 주머니에서 나온 장난감과 쓰레기로는 ‘1시간의 절반이라도 완전한 자유를 누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톰에게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물건으로 친구들을 설득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설득하기로 했다. 톰은 즐거운 놀이를 하는 척했고, 담장이 하얗게 칠해지면 뿌듯할 것처럼 행동했다. 잠시 후 담장에 페인트칠을 하겠다고 나서는 친구들이 줄을 섰다. 톰은 담장 칠하기가 즐겁다고 설득하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들은 ‘설득 당했다’.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최근 심리학, 행동주의 경제학, 신경학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결정 대부분은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인 사고방식이 담당하고 있는데, 이를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와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은 ‘도마뱀의 뇌’라고 불렀다.

우리는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도마뱀에게도 마찬가지다. 상황을 관찰할 때 그들의 동기보다 행동에 주목한다. 그동안의 연구에 따르면, 관찰자는 주어진 상황이 아닌 행동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성격을 판단한다고 한다. 행동은 도마뱀의 주의를 사로잡는다.

어린아이는 음식이 맛있는 듯 행동하는 부모의 진짜 동기가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는다. 소설 속 톰의 친구들도 톰이 담장에 페인트칠하는 걸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행동은 우리 안의 도마뱀과 통하고, 도마뱀은 행동 이면에 있는 동기를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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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행동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Pixabay



이런 도마뱀의 특성은 광고에서도 적용된다. 단순히 주장한다고 해서 그것이 소비자에게 인식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패셔너블하고, 재미있으며, 신기하거나, 남자다운 브랜드로 인식되려면 브랜드가 패셔너블하게, 재미있게, 신기하게 또는 남자답게 행동해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브랜드 마케팅이나 이윤을 추구하려는 브랜드의 목적을 잊는다. 행동을 바탕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각자 개성에 따라 맥북에 스티커를 붙인 모습이 계속 이어지는 애플의 맥북 광고를 떠올려 보자. 74개의 서로 다른 맥북을 보여준 애플의 광고는 애플 브랜드나 사용자가 재미있거나, 자신감 넘치고, 창의적이며, 멋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광고는 그저 그런 방식으로 ‘행동’했으며, 광고를 본 사람들은 애플의 메시지를 받아들였다. 광고 메시지는 직접적인 말보다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브랜드와 브랜드 사용자에 대한 정보가 훨씬 더 많이 전달된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원래 열정적이고, 터프하며, 진실하고,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처럼 행동한다면 어떻게 인식될까. 사람은 행동하는 대로 인식되고, 누구도 의도를 묻지 않는다. 마음이 약한 사람이라도 단호하게 행동하면 단호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진다. 지지자들은 이유와 상관없이 그것이 원래 그 후보의 행동 방식이라고 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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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다양한 맥북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용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 Pixabay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벨베디어 보드카(Belvedere Vodka)는 목넘김이 부드러운 것으로 유명한 폴란드의 고급 보드카다. 벨베디어의 원래 슬로건은 “항상 부드럽게 넘어간다(Always go down smoothly.)”였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페이스북과 트위터 광고에서 벨베디어 보드카는 웃는 얼굴의 젊은 남자가 자신에게서 필사적으로 달아나려고 하는 젊은 여성을 무력으로 막는 이미지에 그 슬로건을 붙였다. 다른 색깔의 좀 더 작은 글자로 ‘어떤 사람들과도 다르게(unlike some people)’라는 카피도 있었다.

별 생각 없이 봐도 벨베디어 보드카가 브랜드와 강간 시도를 엮어놓은 것으로 해석됐다. 도대체 왜 이런 시도를 했는지는 상관이 없다. 광고 속 행동은 강간미수였다. 도마뱀은 의도와 상관없이 행동만으로 브랜드를 인지한다. 물론 벨베디어 보드카는 광고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도마뱀의 특성을 망각한 이 광고는 상처로 남게 되었다.



[MK스타일 김석일 기자 / 도움말 : 제임스 크리민스 (‘도마뱀을 설득하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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