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책세상] “우린 왜 SNS에 떠도는 사실을 쉽게 믿을까”

  • 입력 : 2017.11.13 15: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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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언가를 결정할 때 사실이나 이성적인 논리에 근거해 합리적으로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들의 결정은 오히려 합리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 잘 모르는 물건을 살 때는 품질 여부보다는 한번이라도 들어본 브랜드의 제품을 사고, 인터넷에 떠도는 허위사실을 진짜라고 믿기도 하며, 좋아하는 모델이 광고한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제품을 사기도 한다.

우리가 하루에도 수없이 하는 결정은 어떤 근거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인간의 사고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인 사고방식인 자동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합리적으로 심사숙고하는 의식적인 사고방식, 즉 숙고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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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은 원시적인 ‘도마뱀의 뇌’를 갖고 있다. / Pixabay



자동 시스템은 모든 척추동물이 갖고 있는 원시적인 뇌 구조에서 온다. 그래서 미국의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 교수는 이 시스템을 ‘도마뱀의 뇌’라고 불렀다.

인간 심리에 대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하는 선택의 대부분은 ‘도마뱀의 뇌’가 내린다고 한다. 자동적으로 사고하는 도마뱀의 뇌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걷거나 말을 할 수 있고, 감각기관으로 수용되는 정보를 이해할 수 있으며, 취향이 생기고, 친구를 선택하거나 사랑에 빠질 수 있다.

도마뱀의 뇌는 엄청난 능력을 발휘해서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의 홍수를 처리하는데, 대부분의 정보는 우리 의식에 도달하지도 않는다.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도마뱀의 뇌라는 자동 시스템은 우리의 모든 결정에 영향을 주며, 자동 시스템에 의해서만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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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성적으로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선택은 머릿속 도마뱀이 무의식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 Pixabay



버드와이저, 맥도날드 등 세계적 대기업의 기획전략가인 제임스 크리민스는 자신의 저서 《도마뱀을 설득하라》에서 “우리 안의 도마뱀이 대부분의 결정을 담당하는 한, 논리적 주장으로 설득하려는 시도는 시간 낭비일 뿐”이라며 “그동안 설득은 이성적인 논리로 상대방을 납득시키는 행위라고 정의하였으나, 그 정의는 틀렸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도마뱀’의 특징을 알면 좀 더 쉽게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예를 들어, 원시의 뇌인 ‘도마뱀’은 친숙함과 정확함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용해 당신의 아이디어를 회사에서 통과시켜 보자. 당신의 아이디어가 모든 세부 사항이 다 준비되어 있더라도 전부 공개해서는 안 된다. 인내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조금씩 노출한다.

아이디어에 이름을 지어주고, 아이디어를 자세히 공개하기 전까지 며칠 동안 사람들에게 아이디어의 이름만 들려준다. ‘단순 노출’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이름을 이미 들어봤다는 것만으로도, 비록 동료가 집중해서 듣지 않았더라도 당신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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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노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의 뇌는 그것을 선택하게 된다. / Pixabay



‘단순 노출’ 효과는 머릿속 도마뱀에 아주 유효한 전략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매우 중요하고, 숙고하여 판단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공약을 꼼꼼히 따지기보다는 이름을 많이 들어본 후보에게 표를 주는 사람도 많다. 그 이유도 머릿속 도마뱀이 단순 노출로 친숙해진 후보에게 표를 던지기 때문이다.

SNS에 계속 떠돌아다니는 정보가 사실이라고 믿었다가 허위 정보임을 알게 되는 경우도 머릿속 도마뱀이 친숙함과 정확함을 구분하지 못해 생기는 일이다. 그래서 크리민스는 “허위 정보를 믿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잦은 반복”이라고 말한다.

도마뱀의 특징은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즉각적이고 확실한 보상을 좋아한다거나, 동기와 상관없이 우리의 행동을 보고 어떤 사람인지를 판단한다는 것 등이다. 이런 도마뱀의 특징만 이용해도 설득의 확률을 기적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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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의 특징을 알면 여론조사를 뒤집은 선거의 결과도 분석이 가능하다. / Pixabay





[MK스타일 김석일 기자 / 도움말 : 제임스 크리민스 (‘도마뱀을 설득하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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