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책세상] 추억을 떠올리는 ‘마들렌과 프루스트 현상’

  • 입력 : 2017.11.13 14: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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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거기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보면 마들렌이 나와. 주인공이 홍차에 마들렌을 찍어 먹으면서 과거를 회상하거든. 근데 주인공이 마들렌을 어떻게 표현했냐 하면, 통통하게 생긴 관능적이고 풍성한 주름을 가진... 그 표현이 너무 좋지 않니?”

실제로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마들렌은 프루스트의 소설에 나오는 마들렌일 것이다. 화자는 어느 날 우연히 마들렌을 홍차에 적셔 먹으면서, 자신의 어머니가 마들렌을 곁들인 차 한 잔을 가져다주었던 날을 추억한다. 이때 프루스트는 화자가 먹는 마들렌의 향과 감촉을 한 편의 시처럼 아주 세심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마들렌을 통한 느낌을 ‘전율’, ‘감미로운 희열’, ‘강렬한 기쁨’으로 표현한다.

이 장면에서 유래된 용어가 바로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이다. 특정한 냄새를 통해 무의식 속에 있었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다. 시각이나 청각은 비교적 재구현하기 쉽고 사진과 녹음 등으로 저장할 수 있지만, 후각은 그렇지 못하다. 반면 다른 감각에 비해 ‘감정’이나 ‘추억’과 더 큰 연관이 있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의 야라 예슈런 박사는 2009년 실험을 통해 냄새와 기억에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입증하기도 했다.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들렌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독자에게 '흥분'을 전달한다. 프루스트에 대한 안내서 격인 책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에서 페미니즘 이론가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이 마들렌을 통해 화자는 ‘어떤 것에 대한 사랑은 대상으로부터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서 온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나아가 인생의 의미란 것은 외부에 있지 않고, 감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 속에 존재한다는 프루스트의 세계관을 발견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실제 프루스트도 어릴 적 고향에서 숙모가 내어주던 마들렌이 그에게 향수를 느끼게 했고, 그가 느낀 향수는 20세기 현대문학의 물길을 바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작품으로 탄생했다. 프루스트의 인생이 어떻게 작품에 녹아들었는지 전문가 8명이 알려주는 입문서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으로 워밍업을 한 후, 끝을 본 사람이 드물다는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MK스타일 김석일 기자 / 도움말 : 줄리아 크리스테바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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