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책세상] 한해 10만명… 일본의 ‘인간 증발’ 충격

  • 입력 : 2017.09.29 15: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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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경제대국 일본의 수도인 도쿄에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도시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도쿄의 ‘산야(山谷)’는 미나미 센주 지하철역에서 내려 북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도시 속의 도시다. 에도시대에는 사형을 집행하는 장소였다가 지금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몰리는 인력시장. 그리고 일본에서 매년 사라지는 ‘자발적 증발자’의 일부가 모여드는 곳이다.

1989년 일본의 거품경제가 무너지면서 ‘잃어버린 10년’이 찾아온 후, 일본에서는 매년 1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실종되고 있다.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 되어 5년 간 취재해 <인간 증발>을 펴낸 프랑스 저널리스트 레나 모제에 의하면, 10만 명 중 8만 5천 명은 ‘스스로 증발’한 사람들이다. 저자가 어렵게 만나 심층 취재한 ‘증발자’들은 파산, 이혼, 실직, 취업 실패를 겪고 그로 인한 수치심과 괴로움으로 증발을 선택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문화인류학의 고전인 <국화와 칼>에서 루스 베네딕트가 언급한 ‘독특한 부채의식’을 ‘인간 증발’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일본인들은 타인에게 빚을 진다는 것을 체면의 문제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신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조그만 실수에도 크게 자책한다. 수치심과 체면을 중시하는 일본인들의 성향이 ‘재도전의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를 만나면서 사람들은 결국 증발이나 자살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스스로 일본 사회를 ‘약한 불 위에 올라간 압력솥’과 같다고 말한다. 계속되는 압박을 받다가 한계에 다다르면 수증기처럼 증발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보다 꼭 10년 늦다는 한국의 미래는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MK스타일 김석일 기자 / 도움말 : 레나 모제(‘인간 증발’ 저자) / 디자인 : 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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