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책세상] 무심코 그린 ‘나무 그림’ 속에 숨겨진 것들

  • 입력 : 2017.08.11 1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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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게 가장 오래된 생명체인 나무는 성장하는 특성이 인간과 같고, 줄기를 뻗고 서 있는 모습 또한 인간과 매우 닮아 있다. 실제 우리는 다양한 나무 가운데 자신과 닮은 모습을 찾게 되면 그 종의 나무에게 끌리게 되고, 그 나무의 모습에 나의 모습을 비추어 보기도 한다. 그런 이유 때문에 개인이 그린 ‘나무 그림’을 ‘나무 인격 그림’이라고도 부른다.

심리 상담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것이 ‘나무 그림 그리기’이다. ‘나무’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기에, 그리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비교적 쉽게 그려낼 수 있다.

나무 그림은 나의 모습에 대한 반영일 수 있으며, 자신의 인격을 대변하는 그림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이 그린 나무에는 스스로의 내적 정서와 성장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반영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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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그린 그림은 자신의 인격을 대변하는 그림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MK스타일 / Unsplash.com



우울증에 놓인 사람들의 나무 그림은 대개 선이 약하고 희미하며 그림의 모양도 단조롭다. 계절적인 특징은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잎과 열매가 풍요롭지 않으며, 가지의 모양은 빈약하고 절단되어 그려지기도 한다. 나무 주위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는 경우가 많고, 가지가 축 늘어져 있거나, 빈약하게 달려 있거나, 때론 무성하게 떨어져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종종 가지보다 많은 잎과 꽃, 열매들을 달고 있는 그림도 등장하는데, 이는 어찌 보면 감당하기 너무 힘겨운 상태임을 대변하기도 한다. 또한 나무뿌리가 그려진 그림은 과거에 대한 ‘집착’과 ‘그리움’, ‘뒤돌아 봄’ 등 성장의 둔화로 해석된다.

한편 불안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의 그림에는 균형이 없다. 한쪽이 과하면 한쪽은 빈약한 형태의 구조를 보인다. 또한 하나 이상의 나무를 그려 놓았을 때 다른 하나의 나무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상태로 표현된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좌절에 대한 심리적 갈등이 때로는 과하게 달린 나무의 열매나 잎사귀, 나뭇가지 그림으로 드러난다.

화면 구도에 반만 그려낸 나무, 주변 배경보다 작은 나무, 바짝 마른 나뭇가지, 부러져 있는 나뭇가지, 선이 연결되지 않는 불안정한 나뭇가지로 등은 불안으로 위축된 자아를 드러낸다. 또한 상실과 공허에 대한 표현은 종종 죽은 나무와 뿌리, 나뭇가지, 잎사귀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나무는 여간해서는 소멸되지 않는다. 베란다에 내어놓은 나무 화분이 겨우내 앙상하게 말라 죽은 것 같아 보이면 ‘곧 내다버려야지’ 하는 생각을 품게 된다. 볼품없는 나무 화분이 한자리 떡하고 차지하고 있는 게 성가시기도 하고, 그 삭막한 꼴을 바라보기가 불편해서 내다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게으름에 한 겨울을 보내버리고는 이듬해 봄 삐쭉하게 나온 초록색 잎사귀를 바라보면 ‘허, 거참…’ 하고 난감한 탄식을 토하게 된다. 그리고 화분에는 어느새 초록색 잎사귀가 머리를 내밀고, 이내 연보랏빛 꽃망울까지 터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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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통해 비취지는 자아는 숨어 있어 보이지 않지만 구조의 신호를 보낸다. ⓒMK스타일 / Unsplash.com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건 아니며,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건 아니다. 우리의 마음도 그렇다. 숨어 있어 보이지 않지만 우울해할 때도, 불안해할 때도 신호를 보낸다. 그런 마음 속 신호를 무시하고 나의 자아를 지켜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의 마음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 보듬어주고 살펴주어야 한다. 훗날 마음은 다시 건강하게 내면의 자아를 성장시켜줄 것이 분명하다.



[MK스타일 김석일 기자 / 도움말∙사진 : 이윤희 (‘당신의 그림을 보면 마음이 보여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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