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책세상] 연애-결혼 적령기 “누구를 위한 마감시간일까”

  • 입력 : 2017.08.08 10: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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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려고 그래? 서른 넘어서 멀쩡한 남자는 게이거나 돌싱 아니면 무성욕자야. 멀쩡한 남자는 진작 결혼하고 남아 있질 않아. 어딘가 이상하니까 결혼을 못하고 남아 있는 거지. 너 이제 곧 똥값이다. 서른 넘기기 전에 결혼해야지.”

현실의 주변인들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넘쳤다. ‘상폐녀’라며, 상장이 폐지된 주식에 빗대어 여자 나이 서른이 넘으면 더 이상 연애시장에서 거래되기에 적합하지 않으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음이 조급해져서 서른 전에 결혼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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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스타일 / 사진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 중에서



초조했다. 그러나 나의 꿈과 달리 서른 전에 결혼을 못했고, 서른이 넘자 ‘이번 학기에 대학원 원서 접수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 원서접수 기한이 지나 포기하고 마음을 비우게 된 기분이었다. 어차피 지난 거 어쩔 수 없으니까. 그러나 한숨 돌리기 무섭게 새로운 마감시한이 생겼다.

“서른다섯 넘으면 애 못 낳아. 그러니까 서른넷까지는 결혼을 해야 되지.”

또 다시 초조해져서 서른다섯 전에 결혼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다 서른다섯도 지나버려, 이제는 마감기한에서 벗어나나 했더니 “마흔 전에는 가야지”란다. 아마 마흔도 넘긴다면 ‘마흔다섯 전에는 가야 된다’, ‘쉰까지는 폐경기 전이라 애 낳을 수 있다’, ‘그래도 죽기 전에 결혼은 해봐야 되지 않겠느냐’ 같은 마감기한이 있을 것 같다.

결혼 마감기한은 알려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주위에서 지겹도록 알려준다.  연애는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라는 사회적 인식, 연애 못하면 하자 있다는 취급, 여기에 부모의 기대 등 사회적 압박이 겹치니 연애도 대학입시 같다. 압박과 스트레스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한국의 학원 문화가 등장한다.

연애 방법을 가르쳐주는 곳도 생겼고, ‘자격증 3개월 속성과정’처럼 빨리빨리 만남을 주선해 금방 결혼할 수 있게 해준다는 곳도 있고, 결혼을 책임져준다는 곳까지도 있다. 학원이나 업체뿐 아니라, 서로 간에도 3개월 속성 팁이 공유된다.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아는 사람도 계속 솔로이다가 지금 부인 만나서 3개월 만에 결혼했대. 인연이 닿으면 그럴 수도 있어.”

“연애 안 하고 결혼한 사람도 있대. 소개팅에서 만나서 괜찮다 싶은 여자한테 바로 결혼하자고 했다는 거야. 연애는 결혼하고 나서 하자고. 그 여자도 생각이 비슷했는지 결혼을 했대.”

이런 식의 이야기들은 조바심이 난 사람에게 희망이 된다. ‘서른 전까지는 결혼해야지’, ‘서른다섯은 넘기지 말아야지’, ‘마흔은 넘기지 말아야지’ 하는 누가 정했는지 모를 마감일에 맞추려는 것이다. 연애는 생략하거나, 3개월 이내로 마치고 결혼을 하여, 연애와 결혼 압박을 한방에 털어버리는 갓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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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연애와 결혼을 일종의 ‘경주’로 보는 시각이 담겨 있다. 모두가 동일한 인생 경로를 밟는다는 가정 하에 먼저 결혼하면 앞서 뛰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인생의 목표가 사회적으로 짜여놓은 단계들을 빨리 처리하는 것이라면 이 입장이 옳다. 그러나 목적이 행복에 있다면 갸우뚱하게 된다.

연애는 결혼을 위한 애피타이저인가? 귀찮게 연애할 필요 없이 결혼을 빨리 하면 성공하는 것일까? 결혼을 안 할 거면 연애를 할 필요가 없는 걸까? 연애할 때 느끼는 행복 때문에 연애하는 것은 순진한 소리인 걸까?  전문가들은 ‘결혼’의 만족도를 위해서라도 최소 2년 이상 연애하라고 권한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둘러 결혼한 이들보다 2년 이상 사귀고 결혼한 부부의 행복도가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결혼이 미션처럼 취급되는 한, 전문가들의 ‘2년 이상 연애하라’는 조언은 매력이 없다.

2년은 사귀어보고 결혼하라고 말하면 ‘지금 서른인데 서른둘은 넘어야 된다고?’ 또는 ‘지금 나이에 만나서 2년 사귀어보고, 그리고 결혼하고, 애 낳으면 대체 몇 살이야?’라며 절망할 것이다. 이보다는 첫눈에 반해 석 달 안에도 결혼할 수 있으니 희망을 가지라는 쪽이 백배는 더 매력적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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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스타일 / 사진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 중에서



연애 안 하고 바로 결혼했는데 잘 살고 있다는 사례가 회자되는 이유는 그만큼 흔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을 빨리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종종 주객이 전도되어 행복은 결혼만 하면 따라오는 보너스 취급을 받는 것이 문제다.

결혼과 연애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놓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고, 그에 더욱 조급한 감정이 들 수 있다. 주변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기준에 좀 더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MK스타일 김석일 기자 / 도움말 : 최미정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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