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여행스케치] 전국 유명 닭요리 골목 순례③

  • 입력 : 2017.04.10 10:57:53   수정 : 2017.04.10 11: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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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쫄깃 바삭바삭, 맥주를 부르는 맛 ‘대구 닭똥집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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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똥집 골목의 입구 : ⓒ MK스타일

여기는 대구의 한 골목! 대낮엔 그저 평범한 아파트 단지지만 어둠이 내리면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다른 모습이 된다. 무덤덤하던 낮과 달리 저녁시간 이 골목에 발을 들이는 사람들의 표정이 환해진다. 곧이어 골목 여기저기서 울러 퍼지는 소리가 있으니 ‘아줌마~’ 여기 프라이드 반, 양념 반이요~~ ’ 아하~ 가족과 연인과 친구들과 삼삼오오 짝지어 몰려드는 이곳은 치킨 골목...? 땡! 치킨 골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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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들여다본 음식점 내부 : ⓒ MK스타일

▶ 후라이드, 양념, 누드, 간장, 마늘.. 그리고..

대구시 신암동 평화시장 입구. 이 골목의 이름은 ‘닭똥집 골목’이다. 세상에 그런 골목도 있나 싶은데 실제로 닭똥집이 이 골목의 주인공이다. 닭똥집은 흔히 말하는 닭 모래주머니로 정식 명칭은 ‘근위’다.

이 골목의 닭똥집 요리는 주로 튀김의 형식을 취하는데 튀김옷을 입혀 150도 이상의 기름에 3분 정도 튀겨낸다. 이것이 ‘후라이드 똥집’이고 여기에 마늘 물엿 고춧가루 간장 후추 등 양념을 넣고 버무리면 ‘양념 똥집’이 되니 여타 치킨 집과 비슷한 분위기다. 헌데 이것이 다라면 ‘닭똥집 골목’이라 부르기엔 부족한 감이 없잖아 있다. 튀김옷을 입히지 않고 튀긴 누드 똥집, 튀긴 후 간장 소스를 이용한 간장 똥집, 양념에 마늘을 넣으면 마늘똥집, 골뱅이 무침처럼 각종 야채와 양념에 무쳐내는 야채 똥집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니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한 닭똥집 골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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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와 같이 튀겨내는 누드똥집 : ⓒ MK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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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닭똥집 음식점에 손님이 가득하다. : ⓒ MK스타일

▶ 골목에서 맛 본 이색적인 맛의 향연

그럼 본격적으로 똥집골목을 즐겨보자. 골목에 들어서면 비슷비슷한 분위기의 똥집 요릿집이 20~30호 정도 된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주문할 시간. 모둠 똥집을 주문해본다.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기다리는 동안 생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며 목을 축여 본다. 잠시 후 식탁에 놓인 커다란 접시는 고소한 냄새와 더불어 알록달록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노릇노릇 후라이드 똥집과 매콤달콤 빨간 양념 똥집 그리고 갈색의 누드 똥집이 모양도 색도 예쁘게 자리하고 있다. 누드똥집은 고구마를 함께 튀겨 눈길을 끈다. 더불어 치킨 집에서 주는 아삭 새콤한 깍뚝 모양의 무와 샐러드, 간장과 식초를 섞은 소스에 양파조각이 들어있고 풋고추에 쌈장도 따라 나온다. 닭똥집 한 조각을 소금이나 머스터드소스에 찍어 먹으니 쫄깃쫄깃 바삭바삭 고소하고 매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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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똥집 모둠 한 접시 : ⓒ MK스타일

▶ 대구 시민들의 유전자 속 닭똥집

도대체 이 맛있는 닭똥집 요리는 누가 생각해낸 것일까? 이 골목에 닭똥집 요리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81년이라 한다. 생닭을 팔던 이명순 씨가 남아도는 닭의 모래주머니, 이른바 닭똥집을 기름에 튀겨 처음에는 서비스로, 후엔 싼 값에 팔기 시작했다. 저렴하고 맛있는 똥집 요리가 소문나면서 손님이 많아지자 80년대 중반 여섯 곳이던 가게는 90년대 초 급증해 아예 ‘닭똥집 골목’이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닭똥집 골목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낡은 벽을 헐어 통유리를 끼우고, 허름한 나무의자는 빨강 노랑으로 바꾸고 참신한 메뉴개발이 이어지면서 칙칙한 골목 닭집은 매력적인 골목이 되었다. 오후 4시쯤이면 고소한 냄새가 나기 시작해 퇴근시간이면 직장인들이 몰려들고 이후 대학생들로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룬다. 이곳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젊은이들은 연인이 되고 그 연인들이 결혼해서 함께 오고,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들 손을 잡고 이 골목을 찾는다. 아이들이 자라 중고생이 되면 간식으로 닭똥집을 사먹으러 오니 대구 사람들의 유전자 속에는 닭똥집 맛이 기억되어 있다는 주인장의 능청스러운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흥미로운 대구 닭똥집 골목 맛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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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닭똥집 : ⓒ MK스타일

▶ 대구 닭똥집 골목

동대구역에서 북서쪽으로 1㎞. 동대구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걷다 보면 파티마 병원이 나온다. 여기에서 왼쪽 칠성시장 방향으로 400m쯤 가면 오른쪽에 간판이 보인다. 
주소 : 대구시 동구 신암동
휴무일 : 1, 3째 일요일에 대부분 문을 닫는데 상점에 따라 2, 4째 일요일에 문을 닫기도 한다. 
영업시간 오후 4시~오전 4시

▶ 주변볼거리 
대구 약전골목, 우방타워, 팔공산 갓바위



[MK 스타일] 글·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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